[문화도시 울산]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통해 꿈이 차오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문화도시 울산]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통해 꿈이 차오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 정연우 청소년차오름센터 관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올해 1월에 새롭게 관장으로 취임한 청소년차오름센터 관장 정연우라고 한다. ‘마이코즈’라는 단체에서 23년 동안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마이코즈는 울산에 있는 비영리 법인으로 청소년 대상 사업을 하는 단체다. 특히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많이 진행했다. 청소년차오름센터는 마이코즈를 통해 위탁 운영된다. 남구청으로부터 위탁 운영을 의뢰받았고 과거에는 흥사단을 통해서 위탁 운영하다가 마이코즈로 주체가 변경됐다. 처음 마이코즈 활동을 할 때만 해도 혼자였고 초창기에는 무료급식, 도시락 배달 등의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이사장님이 청소년 복지관의 부재를 아쉬워하면서 이를 설립하기 위한 모금활동이 시작됐다. 약 12억 원의 모금이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마이코즈 건물을 매입하게 됐다. 현재 마이코즈에서는 크게 4개 영역의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보호, 상담, 교육, 활동 영역인데 청소년차오름센터는 이 중 활동 영역에 해당된다.

Q.울산에서 교육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일반적으로는 청소년 문화와 수련에 초점을 맞춘 단체나 기관이 많다. 하지만 교육 영역도 매우 중요하다. 학습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삶의 경험을 위한 교육도 꼭 필요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넓은 의미의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울산 남구 청소년차오름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청소년차오름센터는 행정적으로는 청소년 수련시설에 해당한다. 정부의 청소년 정책 계획에 따르면 5차 계획까지는 청소년을 육성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여가시간 활용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6차 계획부터는 청소년을 단순히 육성의 대상이 아닌 자주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청소년차오름센터도 이에 따라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다양한 자기 성장의 기회를 갖는 곳이 되고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지침이나 통제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사실 그 범주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야 우리가 바라는 교육이 이뤄진다.

취임 초기만 해도 이용률이 낮았다. 이로 인해 중장기 계획은 있지만 실제 현장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일단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많이 모색했다. 이를 위해 지역과 주민들의 수요 파악에 집중했고 문화 강좌를 열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체 60여 개 강좌에 500~600여 명이 등록할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센터 방문객도 한 달에 4000~5000여 명이다.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차오름센터장인 저와 직원들, 진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역량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 옥리단길 프리마켓

 

▲ 옥리단길 행사

Q.센터장으로서 어떤 신념을 갖고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지?

리더의 비전이 공동체의 비전이 될 수는 없다.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이 합의하는 비전이 진짜 비전이 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논의를 통해서 ‘청소년과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청소년 활동 전문 기관이 되자’를 비전으로 삼았다.

더불어 강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강좌의 질은 결국 강사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따로 강사 공고를 내지 않고 일일이 섭외 작업을 거쳤다. 특히 인근 지역에서 이미 강의 활동을 하고 계신 강사를 섭외했다. 지역의 ‘좋은 어른 친구를 만나는’ 강좌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청소년의 자유로운 상상, 꿈이 차오르는 놀이터’라는 슬로건처럼 청소년들이 놀이터처럼 이용하고 꿈이 차오르고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은 저와 직원들만의 힘으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지역사회와 다양한 기관이 연계해서 힘을 합쳐야 완성된다. 이를 위한 ‘마을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도 모색하고 있다.

Q.공간 운영 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청소년에게 ‘꿈’을 물어보면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직업만 답한다고 한다. 청소년차오름센터가 최대한 다양한 영역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얼마 전 오준 전 유엔 대사나 존 리 대표를 초청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진행됐다. 환경이나 기후, 경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청소년차오름센터를 통해 청소년들이 많은 경험과 상상을 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프로그램으로는 사람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변화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가능하다. ‘부모 성장 코칭 부모력’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단순한 부모 교육이 아니라 ‘자녀를 길러낼 수 있는 힘’을 가진 부모가 되도록 돕고 싶었다.

Q. 지역사회와 어떤 연계 활동을 하고 있는지? 또 이를 통해 지역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환경에 관심은 많지만 실천은 없는 게 현실이다. 해당 영역의 일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초청해서 청소년과 만나게 해 주고 있다. 오준 전 유엔 대사와 같은 강사를 초청해 큰 관점에서 관심을 유발했다면, 이에 뒤따르는 실천까지 유도하기 위한 구상으로 지역사회에서 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어른들을 아이들과 만나게 했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실천적 활동을 함께해볼 수 있게 했다. 신정중학교 아이들과 환경 활동을 하는 어른들이 만나 21% 옷파티 프로그램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신정중학교는 매월 학교에서 중고 옷들을 모아온다. 그것을 차오름 플리마켓 옥리단길 행사 안에서 중고마켓을 열어 옷이 순환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차오름 사람책도서관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과 관계하며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 지역의 좋은 어른들을 연결하는 일들을 해 나가려고 한다.

센터 1층에는 플라스틱 병뚜껑 기부함이 있다. 지역 기업인 코끼리공장에서 설치해 줬다. 이 부분을 발전시켜 쓰임이 다한 병뚜껑 다섯 개를 갖고 오면 센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병뚜껑 코인 제도도 도입해보려고 한다. 이처럼 지역사회 어른들과 연결되고 협력하며 아이들의 배움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Q. 그런 변화들이 일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어떤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기존 지역 주민자치 조직, 청소년 자치 조직에 청소년차오름센터의 구성원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동마다 청소년선도위원회가 조직돼 있는데 청소년차오름센터의 청소년들이 이런 조직에 적극 참여해서 활동해야 한다. 이미 강력한 조직력을 갖고 있는 기존 자치 조직과 연계하거나 또 다른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Q.청소년 관장을 선출했던데 실제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

150여 명을 대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했고 실제 투표 인원은 100명 정도였다. 최종 후보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각각 한 명씩이었다. 중학생은 중도 사퇴하고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투표를 거쳐 대학생이 최종 당선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센터 운영위원회에 참여한다. 청소년 관장과 청소년 운영위원장 두 명이 회의에 참여한다.

청소년 관장이 내걸었던 공약이 모두 세 가지다. 청소년 세바시 개최, 이스포츠 대회 개최, 청소년 축제 개최다. 이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실제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청소년 축제 개최를 위한 예산을 적극 편성했고, 이스포츠 대회 개최를 위해 정보산업진흥원과 협의하고 있다.

청소년차오름센터의 주인인 청소년의 목소리를 실제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 관장을 선출했다. 청소년들의 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결국 센터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권한과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정리와 제도적 정립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청소년 관장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3~4명의 집행부를 함께 선출할 계획이다.

Q.지역 주민도 센터의 주인이라고 했는데 주민 유치를 위한 노력은 어떤 것이 있나?

청소년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지역 주민들이 이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대관, 행사, 전시회, 음악회 등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세대와 인원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이용 기회도 늘리고 청소년들과 접점을 만들어서 ‘좋은 어른 친구’를 만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더불어 대관료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결국 다시 청소년들에게 돌아가야 하고, 이를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주민들과 다양한 접점을 통한 기금 조성 등도 모색하고 있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청소년차오름센터의 주인은 결국 청소년이다. 주인인 청소년이 센터에 자주, 많이 와야 제대로 운영된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차오름센터는 청소년들이 ‘바로 지금’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자라도록 돕는 곳이다. 청소년차오름센터에 오기만 해도 여러 문제가 해결이 되고 대안이 제시되길 바라고 있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도 이곳의 주인이다. 센터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많이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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