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나시티즌의 이명재가 지난 23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울산 HD전에서 입단 첫 승리를 안긴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올해 프로축구 판도를 가늠할 이적시장이 마침내 문을 닫았다.
클럽 월드컵이라는 변수로 예년보다 길게 열렸던 이번 이적시장(6월 1일~7월 24일)은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번 이적시장에선 1~2부를 합쳐 109명이 등록됐다. 1부리그만 따진다면 46명(국내 선수 30명·외국인 선수 16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번 이적시장의 특징은 일찌감치 우승을 점찍은 전북 현대가 불필요한 전력을 내보내는데 치중한 대신 그 뒤를 쫓는 라이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창단 첫 K리그 우승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대전 하나시티즌이 대표적이다. 대전은 지난달 1일 이적시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김봉수와 김진야, 서진수, 여승원, 에르난데스, 이명재 등 이번 이적시장 최다인 8명을 연달아 영입했다. 절실하게 원했던 K리그 최고의 크랙 안데르손 트레이드가 불발돼 화룡점정을 찍지는 못했지만 주전급 다수를 영입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대전의 영입이 군 입대한 선수들(김인균·김현우·박진성·임덕근)과 영국으로 떠난 윤도영(브라이턴)의 빈 자리를 완벽히 메우지는 못하면서 선두 전북과 승점차가 12점으로 벌어진 게 아쉬웠다. 대전의 최근 5경기 성적표를 살펴보면 1승4무. 대전이 지난 23일 울산 HD 원정에서 2-1로 승리한 것이 다행이다.
FC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안데르손 | 프로축구연맹 제공
또 다른 이적시장의 승자로는 4위 FC서울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은 지난 겨울에 이어 빅 네임 위주로 영입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서울은 대전이 수원FC와 안데르손 트레이드에 실패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윌리안과 이시영을 내주면서 안데르손에 서울 유니폼을 입혔다. 또 폴란드에서 검증된 골잡이 클리말라를 데려오고, 국가대표 출신 정태욱까지 임대 영입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경험을 쌓았던 장신 골잡이 천성훈 역시 백업 자원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로 보냈지만 실제 전력은 분명 강력해졌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잃어버린 7위 울산도 이적시장은 알차게 보냈다. 과거 K리그를 호령했던 브라질 출신의 장신 골잡이 말컹이 울산 유니폼을 입고 7년 만에 돌아왔다. 말컹은 힘과 유연성을 겸비해 공중볼 장악 능력과 골 결정력 모두 빼어난 선수다. 그는 경남FC에서 뛰던 2017년(K리그2 22골)과 2018년(K리그1 26골) 최우수선수상(MVP)과 득점왕을 모두 수상했다. 최전방 골잡이의 경쟁력 부재로 고심했던 울산으로선 상승 동력이라 할 만 하다. 수비에서도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정승현을 복귀시키고,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조현택이 전역해 한층 강해졌다. 그러나 울산이 클럽 월드컵을 앞두고 영입했던 중앙 수비수 밀로시 트로야크는 느린 발로 약점이 이미 드러났기에 전력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평가다. 울산 역시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로 고전하면서 순위 싸움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존 경쟁이 시급한 강등권 팀들도 전력 보강에 힘을 기울였다. 승격팀인 FC안양은 국가대표 수비수 권경원을 데려왔다. 최근 3연패를 끊어낸 안양은 강등권인 10위에서 반등을 꿈꾸고 있다. 11위인 수원FC도 안데르손의 빈 자리를 윌리안과 이시영, 안현범, 안드리고, 한찬희, 김경민 등이라는 알찬 영입으로 해결했다. 수원FC는 여전히 강등에 가까운 게 현실이지만 최근 2연승으로 자신감은 얻었다. 반면 꼴찌 대구는 김주공과 우주성, 정현철, 지오나비, 카를로스, 홍정운 등을 영입했지만 12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바로 윗 순위인 수원FC와 승점차가 무려 8점이라 2부 강등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평가다.